본문 바로가기
로컬푸드 건강 레시피

로컬푸드 여주 고구마줄기 볶음, 추억의 반찬에 담긴 이야기

by Happy Hong 2025. 7. 3.

경기도 여주는 예로부터 '물 맑고 땅 비옥한 곡창지대'로 널리 알려진 곳입니다.
남한강 유역에 자리한 이곳은 사계절 기후 변화가 뚜렷하고, 비옥한 점질토와 완만한 구릉이 펼쳐져 있어 예로부터 벼농사뿐만 아니라 각종 뿌리채소와 고구마 재배에 적합한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여주 고구마는 맛과 저장성, 그리고 가공용 품질까지 갖춘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주에서 고구마만이 유명한 게 아닙니다. 고구마를 감싸고 자라는 줄기, 즉 우리가 흔히 고구마순이라고 부르는 고구마줄기는 여주 농가 밥상의 숨은 주인공입니다. 여주에서는 수십 년 전부터 고구마 줄기를 철 채취해 삶고 말려, 겨우내 반찬거리로 활용해왔습니다. 특히 여름에서 가을 사이에 줄기를 수확해 볶아내는 ‘고구마줄기 볶음’은 이 지역의 전형적인 반찬 중 하나로, 지금도 향토음식으로 남아있습니다.

여주의 땅에서 자란 고구마, 그리고 줄기의 이야기

여주 고구마는 깊고 단단한 맛, 그리고 군고구마로 구웠을 때 나는 은은한 단내로 전국적으로 명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품질은 여주 특유의 점질 토양, 풍부한 일조량, 그리고 계절에 따라 안정적으로 분포된 강수량 덕분입니다.
고구마는 생육 중 고르게 뿌리가 자라야 하며, 일조량이 많을수록 광합성 효율이 높아져 당 성분 축적이 활발해지고, 저장력과 풍미가 좋아집니다. 이처럼 최적의 자연조건을 갖춘 여주에서는 뿌리뿐만 아니라 고구마순, 즉 줄기 부분의 품질 또한 탁월합니다.

 

특히 여주의 고구마줄기는 타 지역에 비해 굵고 속 조직이 단단하면서도 껍질이 연하고 얇아, 껍질을 손으로 벗기는 작업이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줄기의 섬유질은 풍부하지만 질기지 않아, 볶았을 때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을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러한 점은 반찬용 식재료로서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인입니다.

 

여주의 농가에서는 고구마 수확 1~2달 전에 줄기를 먼저 걷어내는 작업을 합니다. 고구마가 완전히 숙성되기 전 줄기를 자르면 뿌리로 향하는 영양분을 줄기에서 끊어주어, 뿌리에 더욱 당이 농축되게 돕는 전통 농법도 일부 지역에서 전해 내려옵니다. 고구마줄기를 수확한 후에는 일일이 손으로 껍질을 벗기며 정성스럽게 손질합니다.
껍질이 얇고 진액이 많은 고구마줄기는 기계보다는 손질이 적합하며, 줄기에서 끈적한 진이 나오기 때문에 손끝이 뻣뻣해지고 약간 검어지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여주의 어르신들은 그 과정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 손질된 줄기는 끓는 물에 데쳐 삶고, 바로 볶아 먹거나 햇볕에 널어 건조합니다. 건조 시에는 골고루 널어야 곰팡이나 잡내 없이 잘 마르며, 마른 줄기는 ‘고구마시래기’라는 이름으로 저장됩니다.

 

이 시래기는 겨울철 식량이 귀할 때 귀중한 저장 반찬으로 사용되었고, 된장국, 볶음, 무침 등에 널리 활용되었습니다. 이렇듯 여주에서의 고구마줄기 활용은 단순히 계절 반찬을 만드는 과정이 아니라, 작물의 생리를 고려하며, 식재료를 낭비 없이 끝까지 쓰는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농촌 식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고구마줄기 볶음 한 접시는 여름의 노동, 마을의 손길, 자연의 흐름이 담긴 한 그릇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고구마줄기, 잊힌 영양의 보물창고

고구마줄기는 흔히 버려지는 식재료처럼 보이지만, 알고 보면 건강 기능성 식품에 가까운 영양소 구성을 자랑합니다.

  • 식이섬유: 고구마줄기에는 수용성과 불용성 식이섬유가 모두 포함되어 있어, 장내 유익균을 증식시키고, 배변 활동을 촉진하며, 변비 예방에 탁월합니다.
  • 베타카로틴: 체내에서 비타민A로 전환되며, 면역력 강화와 시력 보호에 기여합니다.
  • 칼륨과 마그네슘: 나트륨 배출을 도와 고혈압 조절에 유익하며, 근육 기능과 심혈관 건강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 플라보노이드: 항산화 작용을 통해 염증 억제와 혈관 건강 유지에 도움을 줍니다.

특히 칼로리가 낮고 혈당 지수가 낮아, 다이어트나 당뇨 환자의 식단에 넣기에도 부담이 적습니다.
여주처럼 오래된 농촌 지역에서 고구마줄기를 자주 먹은 이유는 단순히 ‘먹을 것이 귀해서’가 아니라, 그 효능을 삶 속에서 체감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고구마줄기 볶음, 저염 건강식으로 다시 보기

오늘날 저염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구마줄기볶음은 현대 건강식단에 딱 들어맞는 음식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 소금 없이도 깊은 맛: 고구마줄기 자체의 구수한 풍미와 들기름의 고소한 향, 마늘의 자극이 어우러져 별다른 간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맛있습니다.
  • 식감의 다양성: 부드럽지만 쫄깃한 식감은 씹는 만족감을 주며, 어린이부터 노년층까지 누구나 소화하기 쉬운 장점이 있습니다.
  • 장 건강과 포만감: 풍부한 식이섬유는 장내 환경 개선에 좋고, 포만감을 유지해 과식이나 간식 섭취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줍니다.

이처럼 고구마줄기 볶음은 단순한 추억의 음식이 아니라, 의학적·영양학적으로도 현대인의 건강식단에 적합한 저염 고식이섬유 반찬입니다.

로컬푸드 여주 고구마줄기 볶음
여주 고구마줄기 볶음 추억의 반찬

지속가능한 식재료로서의 재조명

고구마줄기는 본래 ‘고구마의 부산물’로 취급되거나 폐기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식품 자원 절감과 푸드 업사이클링 관점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 줄기까지 먹는 문화는 식량 자원의 낭비를 줄이는 지속 가능한 식생활의 좋은 예입니다.
  • 여주처럼 고구마 재배가 활발한 지역에서는 줄기를 수확하고 가공하여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식이 농가 소득 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 또한 지역 전통음식을 보존하고, 농업 기반 식문화를 되살리는 효과도 있습니다.

오래된 것이 가장 앞선 건강식일 수 있다

고구마줄기 볶음은 화려하지도, 자극적이지도 않지만 몸과 마음에 남는 음식입니다. 마음에 남는다고 표현한 것은 어린 시절 먹었던 추억이 지금도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그 맛은 기억 속 흙냄새, 들기름 냄새, 그리고 가족과 함께한 밥상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어디서든 고구마는 쉽게 구할 수 있지만, 그 줄기를 손질해 볶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다시 고구마줄기를 되살려야 할 이유가 있습니다.
건강을 위해, 환경을 위해, 그리고 사라지는 지역 식문화와 정서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

오늘 한 끼, 그리운 맛이 담긴 고구마줄기 볶음을 밥상에 올려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주 땅이 품은 자연의 선물, 그리고 그 안에 담긴 정성은 지금도 우리의 식탁을 충분히 따뜻하게 해 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