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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 건강 레시피

로컬푸드 산청 오가피순으로 만드는 천연 보약 반찬 이야기

by Happy Hong 2025. 7. 4.

봄에는 산자락부터 움트는 새순들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여러 산나물들이 나오는 시기죠.
그 중에서도 경상남도 산청에서 자라는 오가피순은 예로부터 귀한 산나물 중 하나로 여겨져 왔습니다.
그 모양은 쑥과 두릅 사이 어딘가쯤에 있고, 향은 은은하면서도 깊은 산내음이 담겨 있습니다.

하지만 오가피순을 아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두릅이나 고사리, 곰취처럼 대중화된 나물은 아니기 때문에, 슈퍼마켓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고
산청, 함양, 거창 등 지리산 자락의 마을 장터나 봄철 직거래장터에서만 볼 수 있는 ‘산의 진미’ 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오가피순이 지닌 건강 효능, 그리고 제가 직접 만들어 본 ‘천연 보약 반찬’으로서의 오가피순 나물 요리 경험을 담아 소개합니다.

오가피란 무엇인가? – 이름보다 더 강한 뿌리와 잎의 생명력

오가피(五加皮)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식물로, 줄기와 뿌리껍질, 잎, 심지어 순까지도 약용으로 활용되는 식물입니다. “다섯 개의 잎이 자란다”는 뜻에서 오가피라는 이름이 붙었으며,『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서도 신경통, 관절염, 기혈순환 장애,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약재로 언급돼 있습니다.

 

특히 산청 지역의 오가피는 청정한 자연 환경, 밤낮 기온차, 석회질 토양 등으로 인해 약성(藥性)이 강하고 풍미가 깊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산청은 오래전부터 ‘한방의 고장’으로 불려왔으며, 실제로 산청한방약초축제, 한방테마파크 등 한약재와 자연요법이 일상에 녹아 있는 곳입니다. 이곳의 오가피순은 농약을 쓰지 않고 자연 그대로 자란 어린 새순으로, 잎이 부드럽고 조직이 고와 반찬용으로 가장 적합합니다.

 

오가피순의 주요 성분과 건강 효능

오가피순에는 다음과 같은 생리활성 성분들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 아칸토사이드(Acanthoside): 항염, 진통 작용을 통해 관절 통증과 신경통 완화
  • 리그난 성분: 항산화 효과, 혈관 강화
  • 사포닌: 면역력 향상, 피로회복
  • 폴리페놀: 염증 억제, 노화 방지

특히 오가피의 '순', 즉 어린잎에는 성숙한 잎보다도 더 섬세하고 농축된 생리활성 성분이 풍부하게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어린잎은 잎 조직에 존재하는 클로로필 (엽록소) 을 비롯해 유기 미네랄천연 항산화 물질을 고농도로 함유하고 있어, 봄철에 흔히 나타나는 기력 저하춘곤증, 그리고 간 기능 약화 등 계절성 피로 증상 개선에 효과적으로 작용합니다.

 

클로로필은 식물의 광합성에 관여하는 색소이지만, 인체 내에서는 체내 해독 작용, 특히 간 해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노폐물 배출을 돕고 혈액을 맑게 해주는 데 기여합니다. 또한 활성산소로 인한 세포 손상을 줄여주는 항산화 효과도 뛰어나, 염증 반응을 조절하고 면역 기능을 향상시키는 역할도 수행합니다.

 

오가피순에 포함된 유기 미네랄, 예를 들어 칼슘, 마그네슘, 아연, 철분 등은 우리 몸의 신경 안정, 근육 수축, 세포 대사 활성화에 필수적인 요소로, 일상에서 쉽게 부족해질 수 있는 미량의 영양소를 자연스럽게 보충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로 인해 오가피순은 단순한 나물 반찬을 넘어, 건강을 고려한 자연식 식단의 핵심 재료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가피순은 지방 함량이 거의 없고, 반면에 식이섬유는 매우 풍부합니다. 이러한 특징은 오가피순을 다이어트 식단이나 저염식 건강식에 매우 적합한 재료로 만들어줍니다. 식이섬유는 장내 환경을 개선하고 배변 활동을 도와줌으로써 소화기 건강을 증진시키고, 식사 후 포만감을 유지시켜 불필요한 간식 섭취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을 줍니다. 특히 나트륨 섭취를 줄여야 하는 고혈압 환자나 심혈관 질환 관리가 필요한 분들에게는 짜지 않으면서도 풍미 있는 건강 반찬으로 제격입니다.

이처럼 오가피순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기능성 식품이며, 꾸준히 섭취할 경우 체내 대사 활성화, 면역력 강화, 간 해독 및 혈액순환 개선, 노화 예방, 체중 조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건강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봄철 보약 같은 나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로컬푸드 산청 오가피순 천연 반찬

오가피순 반찬 – 내 손으로 만든 천연 보약

제가 친정엄마에게 전수받아 직접 만든 오가피순 나물은 아주 단순한 조리법을 따랐습니다.
소금 간도 거의 하지 않았고, 양념은 최소한으로 했습니다.
그 대신 중요한 것은 오가피순 자체의 풍미를 살리는 것이었습니다.

 

🧂 [오가피순 나물 레시피] (2~3인분 기준)

재료: 오가피순 100g, 들기름 1큰술, 다진 마늘 약간, 깨소금 약간

조리 방법

  1. 오가피순은 깨끗이 씻은 후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넣고 30초~1분간 데쳐 찬물에 헹굽니다.
  2. 물기를 꼭 짜낸 후, 들기름과 마늘, 깨소금만 살짝 넣어 조물조물 무쳐냅니다.
  3. 끝. 이게 전부입니다.

이렇게 만든 오가피순 나물은 쌉쌀한 첫맛과 고소한 끝맛이 절묘하게 어우러집니다.
입안에서 퍼지는 약초 특유의 청량함과 들기름의 고소함이 조화를 이루며, 고기반찬 하나 없어도 밥 한 공기를 뚝딱 해치울 수 있을 만큼 만족스럽습니다. 처음 접한 가족들도 “이게 뭐지? 특이하면서도 맛있네”라며 감탄을 했고, 무엇보다 식사 후 더부룩하거나 속이 더부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정말 ‘보약 같은 반찬’이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자연을 먹는다는 것 – 오가피순이 주는 식탁의 의미

요즘은 자연을 가까이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마트에서 비닐 포장된 채소나 냉동 반찬에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우리 식탁에서 ‘자연 그대로의 계절’은 사라지고 말죠. 그런 점에서 산청 오가피순은 단지 건강한 식재료가 아니라, 사계절의 흐름을 우리 식탁 위로 되돌려주는 매개체이기도 합니다.

 

계절이 바뀌면 그 변화를 몸으로 느끼게 해주고, 건강에 대한 고민을 식재료 자체로 풀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은 반찬 하나는 하나의 ‘슬로푸드’ 철학이자 ‘로컬푸드’ 실천입니다.

 

‘밥상 위의 약초’를 다시 기억하자

산청 오가피순은 맛도 좋지만, 시간과 자연이 빚은 식재료입니다. 이 나물을 단순한 ‘밑반찬’이 아닌 몸을 다스리는 계절식, 즉 현대인에게 필요한 천연 보약 한 접시로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식탁은 더 건강하고 가치 있게 바뀔 수 있습니다.

 

이제 다시 생각해봅시다. 음식을 고를 때, 단순히 맛만이 아니라 어디서 자랐고, 어떻게 자랐고, 누가 길렀는가를 함께 떠올리는 식생활. 그 출발점에 오가피순 같은 반찬이 자리할 수 있습니다.  누군가에게 “이건 산청에서 온 오가피순이야”라고 말하며 한 접시 건강을 내놓을 수 있다면, 그건 아주 훌륭한 요리이자 인생의 품격이 아닐까요?